오늘 과게시판에서 발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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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조그마한 마을이 있었다. 이 마을의 교통편이라고는
마을 사람들이 한 푼 두 푼 모아 장만한 고물 버스 한 대가 전부였다.
버스는 고물이었지만,
그나마 이 버스가 있었기 때문에 마을사람들의 생계가 유지될 수 있었다.
어느날,
버스가 산비탈을 오르던 중 구덩이에 빠졌다.
누군가 나가서 버스를 밀어서 버스를 구덩이에서 꺼내야만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밖은 너무 추웠기 때문에,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버스 운전사가 승객들 중에서 강제로 지명하는 수 밖에 없었다.
-운전사 : 거기 앉아 계신 남자분들, 좀 도와주시죠.
-특별승객1 : 저는 눈이 나빠서 안 돼요.
-특별승객2 : 저는 허리가 아파서...
-특별승객3 : 저는 무릎이 좋지 않습니다만...
-특별승객4 : 저는 국적이 미국이라 이런 지저분한 일은 못합니다.
-특별승객5 : 저는 연예인인데요?
-특별승객6 : 우리 아버지가 누군지 알어?! 그리고 나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정치인이야, 정치인!
-특별승객7 : 저는 버스를 밀어서는 안 된다는 교리가 있는 종교를 믿고 있어요. 절대 안 됩니다.
분명 누군가 나가서 버스를 구덩이에서 꺼내야 했지만,
몇 명의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이유를 대며 자신은 그 일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제 버스에 남은 것은 노인과 어린이 몇 명,
그리고 5명의 남자와 5명의 여자들이었다.
운전사는 차마 노인과 아이들에게는 명령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남은 남녀 10명에게 버스를 밀라고 요구하기로 했다.
-운전사 : 거기 계신 여자분들, 나가서 버스 좀 밀어 주시죠.
속닥거리며 '빨리 집에 가야되는데~'하던 여자들의 눈에 갑자기 불이 켜졌다.
-여자1 : 뭐라고요?
-여자2 : 나 참 기가 막혀서... 아니 연약한 우리 여성더러 이 추운데 나가서 고생을 하라는 거예요?
-여자3 : 우리는 여자예요! 여자!!!
-여자4 : 여자는 사회의 약자라구요! 그러니까 이런 일은 남자가 해야되죠 당연히!!!
네 여자의 엄청난 반발에 운전사가 당황하고 있는 동안,
그 네 명의 여자와 조금은 따로 앉아있던 여자가 조용하게 한 마디 했다.
-여자5 : 그래도 같은 버스에 탄 승객인데 도와야 옳지 않나요?
그러자 여자1, 2, 3, 4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여자5에게 소리를 질러댔다.
-여자1 : 도대체 무슨 소리하는 거에요!?
-여자2 : 어머머... 이 여자 좀 봐. 우리가 왜 그래야 하죠?
-여자3 : 우리는 이런 고물버스에 짐승같은 남자들이랑 타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수치스러웠어요!!!
-여자4 : 나 참. 여자의 적은 여자라더니... 그말이 맞네. 그렇게도 남자들한테 잘 보이고 싶을까?
-여자5 : ......
-여자1, 2, 3, 4 : 우리 동네 사람들은 왜 이렇게 여자들을 우대할 줄 모르죠? 죄다 썩은 마초들만 살고 있군요!? 당신은 여성을 탄압하는 남성우월주의자에요!!! 우리는 저런 더럽고 힘든 거 절대 못하니까 그렇게 아세요!!!
여자들의 입장은 강경했다.
결국 운전사는 남은 5명의 남자에게 나가서 차를 밀라고 말했다.
이들도 사람인지라 고생하기는 싫었지만,
구차한 핑계를 댈 수 없는 처지에 있었기 때문에 결국 나가서 차를 밀 수밖에 없었다.
여자 1, 2, 3, 4는 자기가 원래 앉아 있던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은 채 다시 수다를 떨기 시작했고
여자 5는 버스가 조금이라도 가벼운 편이 버스를 미는 남자들에게 좋을 것이라 생각하여, 자기 품에 안아서 따듯하게 해 줄 수 있는 체구의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남자들이 버스를 미는 동안 버스 바깥으로 나와 있었다.
한동안 이 5명의 남자들이 추운 바깥에서 진땀을 흘리며 고생한 덕분에,
겨우 버스는 구덩이에서 빠져나오게 되었다.
버스 바깥에 있던 이들은 다시 버스에 올라탔고, 버스는 재출발했다.
버스를 구덩이에서 빼낸 5명의 남자들은,
서로 자신들이 고생한 이야기들을 늘어 놓으며 잠시 즐거워했다.
앞바퀴쪽에서 밀다가 새로산 목도리에 진흙이 묻었다는 둥,
뒷바퀴쪽에서 밀다가 매연을 마셔서 목이 따끔거린다는 둥,
미끄러지면서 손도 조금 까졌다는 둥
여러가지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여자들이 수근거렸다.
-여자1 : 아우 재수없어. 칙칙하고 더러워.
-여자2 : 난 더러운 이야기가 제일 싫더라.
-여자3 : 지들이 뭐 잘났다고 저런 이야기를 늘어놓을까?
-여자4 : 지들이 못났으니 저러고 자빠져 있지. 돈 많고 빽 있으면 안 할 수도 있는 건데... 병X들.
-여자1, 2, 3, 4 : 나는 돈 많고 빽 있는 남자 만나서, 잘 살아야지.
버스를 민 남자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 매우 언짢았지만
여자들에게 한마디라도 했다가는
"남성우월주의자"
"능력없고 속 좁은 남자"
따위의 소리를 들을지 몰라,
'그냥 꾹 참자...'라는 생각을 하며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았다.
버스가 한참을 가다보니, 전방에 조그만 휴게소가 보였다.
운전사가 말했다.
"우리 내려서 저 휴게소에서 잠시 쉬면서 음료수라도 좀 먹을까요?"
모든 승객들은 동의했고, 운전사는 사람들에게 500원씩을 걷기로 했다.
그 때 한 노인이,
"기사양반, 버스를 민 청년들의 고생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텐데, 버스를 민 5명의 청년들한테는 400원씩만 받고, 그에 따라 부족해지는 500원은 버스 안에 남아있던 사람들이 메꾸는 것이 어떻겠소?"
이러한 제안을 했다.
운전사는 아주 좋은 생각이라고 했고,
버스 안에 있던 아이들과 노인들,
그리고 몸이 아프다는 이유 등으로 버스를 밀지 않은 남자들도 거기에 기분좋게 동의했다.
그런데 갑자기 또 수다를 떨던 여자들이 목청을 높여 반대했다.
-여자1 : 어머머머머머!!!
-여자2 : 웬일이니, 웬일이니!!! 저 지저분한 남자들만 100원을 깎아준다고요?
-여자3 : 도대체 왜 우리가 손해를 봐야 되죠?
-여자4 : 이건 명백한 남녀차별이에요!
-여자5 : 이보세요들. 가만히 있었던 우리가 고생을 덜한 만큼, 당연히 양보해야되지 않나요?
-여자1 : 아니 저 여자!
-여자2 : 정말 꼴불견이야. 아까부터 왜 저러니 정말?
-여자3 : 여자가 저렇게 순종적이니 남자들이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젖어 있는 거에요.
-여자4 : 겨우 이런 편하지도 않은 고물버스 때문에 우리가 손해까지 보라고요?
-여자1, 2, 3, 4 : 남자라면 당연히 해야되는 거고, 여자라면 당연히 안 해도 되는건데, 그걸 가지고 웬 유세? 별꼴이야 정말. 어휴 짜증나!! 우리 동네의 여성차별이 이렇게 심했다니 정말 실망이네요!
운전사는 할말을 잃었다.
'그런 말을 할 거면 애시당초 버스에 타지를 말던가...'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남성우월주의자, 마초" 등의 대답이 나올 것이 뻔했기 때문에 그저 허탈한 마음으로 침묵할 뿐이었다.
-여자1 : 아무튼, 늙어서 퇴물이 된 노인네는 제발 좀 조용히 하세요!
-여자2 : 당신이 페미니즘이 뭔지 들어나 봤겠어!? 흥!!!
-여자3 : 하여튼 무식한 노인네들이라니까...
-여자4 : 남자들 깎아주려면 우리도 똑같이 깎아줘야 '양성평등'한거 잖아요!!! 그것도 몰라 이 노친네야!!!
그 사납고 시끄러운 와중에도,
특별승객들은 미소를 머금은 채 중얼대고 있었다.
-특별승객1 : 능력없는 바보들이 사서 고생하는 구나 크크...
-특별승객2 : 여자들 말이 맞아. 무조건 공평해야 양성평등이지.
-특별승객3 : 여성을 존중하지 않는 남자따위는 남자도 아니야.
-특별승객4 : 연예인 생명을 유지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어리석은 여성 팬을 많이 확보하는 일이지.
-특별승객5 : 이번 선거에서 이겨서 내가 정치를 하려면 여성표가 필요하지. 잠자코 있는게 상책이야.
결국 운전사는 전원에게 500원을 똑같이 걷어서 음료수를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버스 안은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고,
버스를 밀었던 남자들은 묘하게 억울한 기분이 되어 생각했다.
-청년1 : 마치 우리가 댓가를 받으려고 일부러 한 것처럼 보이잖아? 버스를 미는 건 우리에게는 의무였다고!
-청년2 : 고생이란 고생은 다 시켜놓고, 이건 무슨 죄인취급이네... 남성우월주의? 여성우월주의가 아니고?
-청년1, 2, 3, 4, 5 : 어휴... 말이 통해야 무슨 말이라도 하지... 저 여자들은 귀는 막고 입만 뚫어놨군...
버스는 다시 털털거리며 종착역을 향해 움직였다.
운전사, 아이들과 노인들, 특별승객들, 차를 민 5명의 남자들,
양성평등의 전사가 된 듯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수다를 떠는 4명의 여자들,
우울한 표정으로 미안한 듯 앉아 있는 여자5,
이 모든 사람들을 태운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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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닥파닥
아무래도 낚인듯해...